결혼 6년차 혜정씨는 10년간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다가 지난 여름 동네에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를 차렸다. 전보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자, 그는 가구와 오브제를 이리저리 옮겨보며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집은 특별한 콘셉트를 정하지 않고 좋아하는 소품과 색감 위주로 꾸며졌다. 혜정씨의 최애 컬러는 심플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는 화이트&우드다. 그 덕분인지 화이트, 아이보리, 레몬 컬러부터 딥 브라운, 베이지 등 톤 온 톤의 매치로 연출된 집안 풍경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편안한 색상 팔레트와 함께 포인트가 되는 소형가전 역시 눈에 띈다. 자동 커피 그라인더와 홈베이킹을 위한 오븐까지, 부드러운 디자인과 용도에 맞는 사이즈를 선택한 탁월한 안목이 돋보였다. 혜정씨는 소품으로 공간을 장식할 때, 먼저 오래 두고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려한다. 합리적인 가격이면서 유행을 타지 않을 것 같은 디자인을 고르면 더욱 물건에 애착이 생긴다고 말했다.
얼마전, 투박한 무드와 사이즈로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혼수 침대의 프레임을 교체했다. 혜정씨가 경험을 통해 전하는 셀프 인테리어 팁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성하지 않는 것이다. 1~2년 새집에서 살아보며 천천히 자기만의 색을 완성해 가다 보면, 어느 샌가 '자신과 똑닮은 집'을 마주할 수 있다. 겨울의 끝자락, 발코니에 둔 조팝나무가 초록초록한 새싹을 틔웠다. 잔잔한 흰꽃이 피어날 봄을 기다리며, 혜정씨는 '비움과 채움이 밸런스를 이루는 공간' 속에서 오늘도 즐거운 상상을 키워나간다.
거실 하얀 바탕&검정색 프레임으로 장식된 현관 중문에는 봄 햇살같은 혜정씨의 미소를 닮은 꽃나무 그림이 걸려있다. 거실은 직접 키우는 녹색 식물 화분과 아버지가 선물해 주신 편백나무 기둥 등 아기자기한 식물 콘셉트의 오브제가 가득하다. 흔한 패브릭 소파가 아닌 가죽 소재의 나무 벤치를 선택해 유니크한 거실 분위기를 완성했다.
주방 좁은 주방의 답답함을 보완하기 위해 싱크대는 상부장 없이 선반만 설치했다. 주방 한켠을 자리한 빈티지 무드의 그릇장은 혜정씨가 신혼시절부터 모아온 소중한 접시와 컵으로 가득하다. 공방에서 맞춤 제작한 원목 그릇장은 라탄 소재의 바스켓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방 견고한 짜임이 돋보이는 웜 그레이 톤의 벽지는 침실 커튼과 어우러져 산뜻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작은 잎의 식물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답게 심플하면서 사랑스러운 소품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깨끗한 인상을 준다. 채광 좋은 방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화이트 컬러의 수납장과 서랍장을 배치했다.
작은 방 온전하게 혜정씨만의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작은 방은 화이트와 우드의 조화가 극대화된 장소다. 즐겨보는 책과 재봉틀이 자리한 이곳은 여러가지 작업과 취미를 겸할 수 있는 아지트다. 정돈된 듯 자유로운 그의 손재주와 취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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